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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딜레마: ‘브랜드 비전’과 ‘퍼포먼스 마케팅’ 사이에서 살아남기 🎨 vs. 📊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를 책임지는 리더의 책상 위에는 늘 두 개의 저울이 놓여있습니다. 한쪽 저울에는 브랜드의 영혼을 담아내는 장기적인 '비전'과 감성적인 '이야기'가, 다른 한쪽에는 당장의 숫자로 증명해야 하는 '성과'와 냉정한 '데이터'가 놓여있죠. 그들은 브랜드의 영혼을 지키는 수호자이자, 동시에 비즈니스의 성장을 책임져야 하는 전략가입니다. 하지만 숫자로 증명하기 어려운 '브랜드의 가치'와, 매일같이 실적을 요구하는 '퍼포먼스의 압박' 사이에서, 이들의 고뇌는 깊어만 갑니다. 이 글은 한 명의 뛰어난 리더를 칭송하거나, 둘 중 어느 한쪽이 정답이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이 두 가지 상충하는 힘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건강한 마케팅 조직의 '구조'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현실적인 탐구입니다. 매일의 회의실에서 벌어지는 조용한 전쟁 이 딜레마는 마케팅팀의 일상적인 회의 장면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래서, 예상 CTR은 얼마죠?" 🖱️ 브랜드팀이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고객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줄 아름다운 캠페인 영상을 공개합니다. 감동적인 분위기도 잠시, 퍼포먼스팀에서 질문이 날아옵니다. "그래서 이 영상 소재로 광고를 돌리면, 예상 클릭률(CTR)이나 전환율은 얼마나 나올까요? 후킹을 위해 초반 3초를 더 자극적으로 바꿀 수 없나요?" "그 예산이면, 광고 효율이..." 💰 올해 마케팅 예산을 배분하는 중요한 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브랜드의 격을 높이고 잠재 고객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오프라인 전시나 단편 영화 제작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곧바로 "그 예산을 검색 광고나 리타겟팅 광고에 투입하면, 훨씬 더 높은 광고수익률(ROAS)을 즉시 확보할 수 있습니다"라는 데이터 기반의 반론에 부딪힙니다. 이러한 갈등은 단...

브랜드가 ‘장난’을 칠 때: ‘미스치프(MSCHF)’ 사례로 본 ‘컬처럴 해킹(Cultural Hacking)’ 브랜딩 전략 💣

 이 브랜드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요? 아트 컬렉티브, 제품 디자인 스튜디오, 바이럴 마케팅 공장, 혹은 그냥 세상을 향해 짓궂은 농담을 던지는 장난꾸러기들? 뉴욕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미스치프(MSCHF)는 이 모든 것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 어느 것도 아닐지 모릅니다. 그들의 행적은 기이하고 파격적입니다. 나이키 에어맥스 밑창에 실제 요르단강의 성수(聖水)를 넣어 '예수 신발'을 만들었다가, 래퍼 릴 나스 엑스와 협업해 똑같은 신발에 실제 사람의 피 한 방울을 섞어 '사탄 신발'을 출시하여 나이키로부터 고소당합니다.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에르메스 버킨백을 해체하여 만든 샌들 '버킨스탁'은 단 몇 분 만에 완판되고, 미국 의료 시스템을 비판하기 위해 실제 환자들의 천문학적인 병원비 청구서를 거대한 유화로 그려 판매한 뒤 그 수익금으로 빚을 갚아주기도 하죠. 이들의 예측 불가능한 '장난'들은 단순한 어그로일까요, 아니면 그 이면에 기존의 브랜딩 공식을 완전히 파괴하는 정교한 전략이 숨어있는 것일까요? 이 글은 미스치프라는 전례 없는 사례를 통해, '컬처럴 해킹(Cultural Hacking)'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브랜딩 전략 을 탐구해보고자 합니다. 미스치프의 활동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몇 가지 일관된 패턴이 보입니다. 제품이 아닌 ‘사건’을 판다: 그들은 2주에 한 번씩 한정판 '드롭(Drop)'을 통해 결과물을 공개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단순히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미스치프가 던지는 농담과 논평, 즉 '사건'에 동참할 수 있는 티켓을 사는 것에 가깝습니다. '예수 신발'을 사는 행위는, 종교와 자본주의, 명품 문화에 대한 미스치프의 비평에 동의한다는 하나의 '선언'이 됩니다. ‘권위’를 해체하고 조롱한다: 명품의 희소성(버킨스탁), 예술 시장의 허상, 거대 기업의 권위 등, 우리 사회가 당연하게 여...

브랜드의 ‘시적 허용’은 어디까지일까?: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서 관습을 깨는 창의적 전략 ✍️

 시인들은 때로 문법을 파괴하고, 현실을 비틀며, 논리를 뛰어넘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우리는 이를 ‘시적 허용’이라 부르며, 예술적 효과를 위한 일종의 특권으로 받아들이죠. 그렇다면, 브랜드에게도 이런 ‘시적 허용’이 가능할까요? 마케팅의 세계는 명료함, 직설적인 메시지, 그리고 데이터에 기반한 설득을 강조합니다. “우리 제품은 이런 장점이 있습니다”, “이것을 사면 당신의 삶이 이렇게 좋아집니다”라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이 정석처럼 여겨지죠. 하지만 여기, 그 정석을 거부하는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모호하고, 비유적이며, 때로는 아름답지만 비논리적인 방식으로 우리에게 말을 겁니다. 이 글은, 관습적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의 규칙을 깨뜨림으로써 오히려 더 강력하고 매혹적인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브랜드들의 '시적 허용'에 대한 탐구입니다. 브랜드의 세계에 나타난 ‘시인’들 우리는 이미 이 특별한 시인들을 만나본 적 있습니다. 이솝(Aesop) 📖 – 제품이 아닌, 철학적 서사를 파는 브랜드 이솝의 매장에 들어서거나 제품 라벨을 읽어보면, ‘피부 보습’이나 ‘주름 개선’ 같은 직접적인 효능에 대한 설명은 찾기 어렵습니다. 대신 그 자리에는 철학자의 문장이나 문학 작품의 구절이 적혀있죠. 이솝은 제품의 기능을 설명하는 대신, 지적이고 사색적인 ‘태도’와 ‘분위기’를 전달합니다. 그들의 커뮤니케이션은 제품 사용법을 알려주는 설명서가 아니라, 우리의 감각과 지성을 자극하는 한 편의 시와 같습니다.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 – 제품을 숨기는 상업 공간 젠틀몬스터의 매장은 선글라스를 팔기 위한 공간이라기보다는, 초현실적인 설치 미술 전시장처럼 보입니다. 거대한 키네틱 아트 작품이 움직이고, 기괴하고 아름다운 오브제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죠. 정작 주력 제품인 선글라스는 찾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그들은 ‘매장은 제품을 효율적으로 판매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상업 공간의 오랜 규칙을 깨뜨립니다. 대신, 압도적인 비주얼과...

살아남는 브랜드의 ‘항상성(Homeostasis)’: 변화 속에서 ‘브랜드 일관성’을 지키는 법 🧬

 우리 몸은 외부 온도가 덥거나 춥거나 상관없이, 늘 36.5도라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려 애씁니다. 땀을 흘려 몸을 식히고, 몸을 떨어 열을 내는 것처럼 말이죠. 생물학에서는 이렇게 외부 환경의 변화에 맞서 내부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생명의 핵심적인 특징을 **‘항상성(Homeostasis)’**이라고 부릅니다. 문득, 이 위대한 생존의 원리가 격변하는 시장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남는 브랜드들의 비밀과도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 수많은 브랜드가 유행에 따라 정체성 없이 흔들리거나, 반대로 과거의 영광에만 갇혀 변화를 거부하다 사라져 갑니다. 하지만 어떤 브랜드들은 수십 년, 심지어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격렬한 변화의 파도 속에서도 자신의 고유한 색깔을 지키면서도 끊임없이 진화하며 우리 곁에 머물죠. 이 글은 **‘브랜드 일관성’**이라는 개념을 '정체(Static)'가 아닌 '살아있는 적응(Living Adaptation)'의 관점, 즉 '브랜드 항상성'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브랜드 항상성’을 증명하는 실제 사례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레고(Lego) 🧱입니다. 2000년대 초, 레고는 파산 직전의 위기를 겪었습니다. 당시 레고는 자신들의 핵심 철학인 '블록을 통한 시스템적 조립 놀이(system of play)'에서 벗어나, 복잡한 스토리의 액션 피규어나 비디오 게임 등 당시 유행하던 장난감들을 무분별하게 따라 했습니다. 외부 환경 변화에 적응하려다, 오히려 '레고다움'이라는 내부의 중심을 잃어버린 것이죠. 그들의 부활은 놀랍게도 '기본으로의 회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레고는 다시 한번 '브릭'이라는 변치 않는 핵심에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머무르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은 이 단단한 '내부의 핵'을 유지한 채, '스타워즈', '해리포터' 등 시...

‘좋은 철학’만으로 토스트토스트는 생존할 수 없었다: 창업 7개월, 나의 가장 큰 착각에 대한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 재정의

  100% 재택근무, 완전한 자율성. 제가 꿈꾸던 회사의 모습을 담아 설계한 우리의 내부 시스템은 놀랍도록 잘 돌아갔습니다. 팀원들은 회사의 목표와 목적을 깊이 이해했고, 서로를 신뢰하며 주도적으로 일했습니다. 불필요한 형식도, 눈치 보는 회의도 없었죠. 저는 우리가 만든 이 건강한 내부 문화에 만족했고, 이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통장 잔고는 제가 그린 장밋빛 시나리오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정작 외부에서 우리를 찾아주는 클라이언트나 프로젝트의 질은 우리의 이상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문제는 명백히 '영업'과 '수익 구조'에 있었고, 그건 온전히 리더인 저의 문제였습니다. 가장 뼈아픈 지점은, 제 안의 ‘안일함’이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우리는 기존 클라이언트들에게조차 우리가 약속했던 그 ‘다른 시각’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가장 중요하고 날카로워야 할 우리만의 가치를 스스로 무디게 만들고 있었던 거죠. 새로운 클라이언트를 찾는 것보다, 지금 우리와 함께하는 이들에게조차 우리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부끄럽고 아팠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냉혹한 현실. 막상 내 회사를 운영해보니 생각보다 돈이 훨씬 많이 들어갔습니다. 팀원들의 행복과 회사의 확장을 위해서는, 결국 회사가 돈을 벌어야만 했습니다. 😅 한 사람 한 사람의 매출 기여도가 중요했고, 클라이언트의 ‘객단가’가 중요했습니다. 이 지극히 당연한 비즈니스의 본질을 온전히 체감하기까지, 창업 후 7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바로 그 무렵, 제가 전략을 수정하고 우리의 가치를 알아주는 클라이언트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을 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혹은 14곳의 회사를 거치며 인연을 맺었던 아주 오래된 선배, 후배, 동료들에게서 연락이 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들은 제가 과거에 쌓아온 결과물과 일하는 방식을 기억하고, 기꺼이 자신들의 중요한 ...

샤넬, 구글, 나이키는 왜 그런 이름을 가졌을까?: 이름에 숨겨진 ‘브랜드 네이밍 전략’과 철학 🏛️

 우리는 매일 수많은 브랜드의 이름 속에서 살아갑니다. 아침에 눈을 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우리가 입는 옷, 먹는 음식, 사용하는 서비스에는 저마다의 이름이 붙어있죠. 하지만 우리는 그 이름들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그 안에 어떤 철학과 전략이 숨겨져 있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경우는 드뭅니다. 과연 브랜드의 이름은 단순히 제품을 구별하기 위한 라벨에 불과할까요? 🤔 아마 아닐 겁니다. 브랜드의 이름은 세상과 맺는 첫 번째 약속이자, 그들의 정체성과 비전을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선언문과도 같습니다. 오늘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브랜드, 샤넬(Chanel) , 구글(Google) , 그리고 나이키(Nike) 의 이름을 통해, 이름 짓기라는 행위가 어떻게 정교한 브랜드 네이밍 전략 이자 철학의 표현이 될 수 있는지, 그 숨겨진 이야기들을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이름의 유형들: 브랜드는 어떻게 자신을 소개하는가 브랜드의 이름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창업자의 이름 을 그대로 내건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가브리엘 샤넬(Gabrielle Chanel)의 ‘샤넬’이 그렇고, 헨리 포드의 ‘포드(Ford)’, 크리스챤 디올의 ‘디올(Dior)’, 티에리 에르메스의 ‘에르메스(Hermès)’가 그 뒤를 잇습니다. 이들은 한 사람의 정체성과 철학이 곧 브랜드 그 자체가 되는 길을 선택한 셈이죠. 두 번째로는, 세상에 없던 새로운 단어를 창조 해낸 브랜드들입니다. 10의 100제곱을 뜻하는 수학 용어 ‘구골(Googol)’에서 비롯된 ‘구글(Google)’ 이나, 창업 당시에는 아무 의미도 없었던 ‘코닥(Kodak)’ 같은 이름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들은 마치 텅 빈 캔버스에 새로운 그림을 그리듯, 자신들의 이름에 고유한 의미를 채워 나갑니다. 세 번째 유형은 상징과 은유 를 담은 이름입니다. 그리스 신화 속 승리의 여신, ‘니케(Nike)’에서 이름을 가져온 나이키가 대표적이죠. 세계에서 가장 큰 강 ‘아마...

왜 그 브랜드의 ‘경험’은 복제할 수 없을까?: 디지털 시대, ‘브랜드 아우라’를 활용한 고객 경험(CX) 차별화 전략 🖼️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멋진 사진은 넘쳐나지만, 막상 그 브랜드를 떠올리면 어떤 특별한 '느낌'도 남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우리 브랜드의 고객 경험(CX) 은 왜 점점 더 평범하고 비슷해져 갈까요? 모두가 쉽게 복제하고 공유하는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하면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우리 브랜드만의 독보적인 매력, 즉 ‘브랜드 아우라(Aura)’ 를 만들고 지켜낼 수 있을까요? 이 글은 바로 그 브랜드 차별화 전략 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특정 시간과 공간에 존재하는 '원본'만이 가진 유일무이한 현존감을 '아우라'라고 불렀습니다. 기술로 얼마든지 복제할 수 있는 시대에, 이 아우라는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죠. 오늘날 브랜드들이 처한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특별한 경험은 너무나 쉽게 스크린샷, 후기, 짧은 영상으로 '복제'되어 온라인에 퍼져나갑니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의 고유한 분위기와 깊이는 사라지고, 정보만 남아 평범해지고 마는 것입니다. 우리는 매일 소셜 미디어에서 수많은 브랜드 경험의 '복제품'을 봅니다. 아무리 멋진 공간이나 특별한 제품도, 평평한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는 그 깊이와 감동이 희석되기 마련이죠. 럭셔리 브랜드의 정교한 장인정신은 단순한 '로고 플레이' 이미지로, 감동적인 서비스 경험은 몇 줄의 '후기 텍스트'로, 압도적인 공연의 현장감은 흔들리는 '짧은 동영상'으로 납작해집니다. 브랜드 고유의 '감각(Sensibility)'과 '태도'가 사라지고, 정보만 남는 현상이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이 ‘아우라’가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원본이 가진 '일회성', '현장성', '물리적 실체', 그리고 그 경험을 둘러싼 '의식(Ritual)'이 복제될 수 없기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