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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딜레마: ‘브랜드 비전’과 ‘퍼포먼스 마케팅’ 사이에서 살아남기 🎨 vs. 📊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를 책임지는 리더의 책상 위에는 늘 두 개의 저울이 놓여있습니다. 한쪽 저울에는 브랜드의 영혼을 담아내는 장기적인 '비전'과 감성적인 '이야기'가, 다른 한쪽에는 당장의 숫자로 증명해야 하는 '성과'와 냉정한 '데이터'가 놓여있죠.

그들은 브랜드의 영혼을 지키는 수호자이자, 동시에 비즈니스의 성장을 책임져야 하는 전략가입니다. 하지만 숫자로 증명하기 어려운 '브랜드의 가치'와, 매일같이 실적을 요구하는 '퍼포먼스의 압박' 사이에서, 이들의 고뇌는 깊어만 갑니다.

이 글은 한 명의 뛰어난 리더를 칭송하거나, 둘 중 어느 한쪽이 정답이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이 두 가지 상충하는 힘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건강한 마케팅 조직의 '구조'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현실적인 탐구입니다.



매일의 회의실에서 벌어지는 조용한 전쟁

이 딜레마는 마케팅팀의 일상적인 회의 장면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 "그래서, 예상 CTR은 얼마죠?" 🖱️ 브랜드팀이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고객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줄 아름다운 캠페인 영상을 공개합니다. 감동적인 분위기도 잠시, 퍼포먼스팀에서 질문이 날아옵니다. "그래서 이 영상 소재로 광고를 돌리면, 예상 클릭률(CTR)이나 전환율은 얼마나 나올까요? 후킹을 위해 초반 3초를 더 자극적으로 바꿀 수 없나요?"

  • "그 예산이면, 광고 효율이..." 💰 올해 마케팅 예산을 배분하는 중요한 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브랜드의 격을 높이고 잠재 고객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오프라인 전시나 단편 영화 제작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곧바로 "그 예산을 검색 광고나 리타겟팅 광고에 투입하면, 훨씬 더 높은 광고수익률(ROAS)을 즉시 확보할 수 있습니다"라는 데이터 기반의 반론에 부딪힙니다.

이러한 갈등은 단순히 두 팀의 기 싸움이 아닙니다. 이는 마케팅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간축과 철학이 충돌하는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하나는 '농사'와 같습니다. 좋은 토양(브랜드 인지도, 호감도)을 오랫동안 일구고 씨앗(메시지)을 뿌려, 미래의 풍성한 수확(자발적 구매, 팬덤)을 기대하는 '브랜딩'의 관점이죠. 다른 하나는 '사냥'과 같습니다.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사냥감(구매 의사가 있는 고객)을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잡는 '퍼포먼스 마케팅'의 관점입니다.

문제는, 많은 조직이 '사냥'의 즉각적인 성공에 취해 '농사'의 중요성을 잊어버린다는 것입니다.

당장의 숫자에만 매몰되다 보면 어떤 위험이 닥칠까요?

  • 브랜드의 가치 하락: 단기적인 전환율을 높이기 위해 "오늘만 이 가격!", "마감 임박!"과 같은 자극적인 메시지만을 남발하면, 브랜드의 품격은 서서히 닳아 없어집니다. 고객은 더 이상 그 브랜드를 '선망'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할인할 때만 사는' 브랜드로 인식하게 됩니다.

  • 창의성의 고갈: 모든 아이디어가 "A/B 테스트가 가능한가?", "즉각적인 전환을 유도하는가?"라는 잣대로만 평가받는 환경에서는, 대담하고 새로운 시도가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결국 모든 브랜드의 마케팅은 서로 비슷비슷하고 안전하지만, 아무런 매력도 없는 모습으로 전락하게 되죠.

  • 미래 수요의 고갈: '사냥'에만 집중하면, 숲의 동물들은 점점 사라집니다. 즉, 우리 브랜드에 대해 전혀 모르거나 관심 없던 잠재 고객들을 새로운 팬으로 만드는 '미래의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더 이상 사냥할 사냥감조차 없는 황무지를 마주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의 철학: 브랜딩과 퍼포먼스를 연결하는 다리 놓기

이 딜레마의 해법은 'A'냐 'B'냐의 선택이 아니라, **'A와 B를 어떻게 현명하게 연결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브랜딩과 퍼포먼스가 서로를 존중하고 시너지를 내는 조직의 구조를 설계해야 합니다.

  1. ‘북극성 지표’의 공유: 단기적인 퍼포먼스 지표(ROAS, CPA 등) 외에, 모든 마케팅 활동이 함께 바라봐야 할 장기적인 ‘북극성 지표’를 설정하고 공유해야 합니다. 이는 '브랜드 자산 가치', '고객 생애 가치(LTV)', '순추천고객지수(NPS)' 등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장기적인 지표를 단기 지표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하게 여길 때 조직의 의사결정은 균형을 잡을 수 있습니다.

  2. ‘두 개의 언어’를 구사하는 팀 구조: 브랜드 마케터와 퍼포먼스 마케터가 서로 다른 섬에 고립되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협업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하나의 목표를 가진 '스쿼드(Squad)'나 '프로젝트 팀'을 구성하여, 캠페인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논의하고 책임지게 하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그들은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서로의 가치를 이해하게 됩니다. 퍼포먼스 데이터에서 얻은 고객 인사이트가 다음 브랜드 캠페인의 영감이 되고, 잘 만든 브랜딩이 퍼포먼스 광고의 효율을 높여주는 선순환이 시작됩니다.

  3. ‘브랜드 철학’이라는 필터의 일상화: 모든 퍼포먼스 마케팅 활동은 반드시 ‘우리 브랜드다운가?’라는 필터를 거쳐야 합니다. 클릭률을 높이기 위해 만든 광고 카피가 우리 브랜드의 목소리와 결이 맞는가? 전환율을 위해 설계된 랜딩페이지가 우리 브랜드의 감성을 해치지는 않는가? 이처럼 브랜드 철학을 모든 실행 단계의 최종 검수 기준으로 삼는 ‘루틴’을 만들어야 합니다.

  4. ‘투자 포트폴리오’ 관점의 예산 배분: 마케팅 예산을 하나의 목적이 아닌, 투자 포트폴리오처럼 배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장기적인 가치 상승을 위한 '우량주'(브랜딩 캠페인)와,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수익을 내는 '채권'(검색 광고 등), 그리고 위험하지만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벤처 투자'(새롭고 실험적인 크리에이티브)에 예산을 전략적으로 나누어 투자하는 것입니다.

결국, 위대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단순히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예술가가 아니라, 브랜드의 영혼(비전)과 현실(성과)이라는 두 개의 상충하는 힘을 조화롭게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의 마에스트로와 같습니다. 🎻


우리의 ‘딜레마’를 진단하기

  • 우리 조직은 '브랜딩'과 '퍼포먼스' 중 어느 한쪽의 목소리만 너무 크지는 않은가?

  •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와 단기적인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가 균형 있게 관리되고 있는가?

  • 우리 마케팅팀은 서로 다른 역할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협력하고 있는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 벽을 쌓고 있는가?

  • 우리가 집행하는 퍼포먼스 광고 소재 하나하나에 우리 브랜드만의 ‘결’과 ‘태도’가 담겨 있는가?

  • 리더는 이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어떤 구체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가?


브랜드의 비전과 비즈니스의 성과, 두 가지 가치를 모두 성장시키는 조화로운 구조를 만드는 데 깊이 있는 전략이 필요하시다면, 토스트토스트(Toast-Toast)가 함께하겠습니다. 저희는 감성적인 브랜딩과 데이터 기반의 퍼포먼스가 시너지를 내는 통합 마케팅 전략과 실행 구조를 설계합니다. https://www.toast-toast.com/에서 저희의 철학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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