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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시적 허용’은 어디까지일까?: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서 관습을 깨는 창의적 전략 ✍️

 시인들은 때로 문법을 파괴하고, 현실을 비틀며, 논리를 뛰어넘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우리는 이를 ‘시적 허용’이라 부르며, 예술적 효과를 위한 일종의 특권으로 받아들이죠.

그렇다면, 브랜드에게도 이런 ‘시적 허용’이 가능할까요? 마케팅의 세계는 명료함, 직설적인 메시지, 그리고 데이터에 기반한 설득을 강조합니다. “우리 제품은 이런 장점이 있습니다”, “이것을 사면 당신의 삶이 이렇게 좋아집니다”라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이 정석처럼 여겨지죠.

하지만 여기, 그 정석을 거부하는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모호하고, 비유적이며, 때로는 아름답지만 비논리적인 방식으로 우리에게 말을 겁니다. 이 글은, 관습적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규칙을 깨뜨림으로써 오히려 더 강력하고 매혹적인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브랜드들의 '시적 허용'에 대한 탐구입니다.


브랜드의 세계에 나타난 ‘시인’들

우리는 이미 이 특별한 시인들을 만나본 적 있습니다.

  • 이솝(Aesop) 📖 – 제품이 아닌, 철학적 서사를 파는 브랜드 이솝의 매장에 들어서거나 제품 라벨을 읽어보면, ‘피부 보습’이나 ‘주름 개선’ 같은 직접적인 효능에 대한 설명은 찾기 어렵습니다. 대신 그 자리에는 철학자의 문장이나 문학 작품의 구절이 적혀있죠. 이솝은 제품의 기능을 설명하는 대신, 지적이고 사색적인 ‘태도’와 ‘분위기’를 전달합니다. 그들의 커뮤니케이션은 제품 사용법을 알려주는 설명서가 아니라, 우리의 감각과 지성을 자극하는 한 편의 시와 같습니다.

  •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 – 제품을 숨기는 상업 공간 젠틀몬스터의 매장은 선글라스를 팔기 위한 공간이라기보다는, 초현실적인 설치 미술 전시장처럼 보입니다. 거대한 키네틱 아트 작품이 움직이고, 기괴하고 아름다운 오브제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죠. 정작 주력 제품인 선글라스는 찾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그들은 ‘매장은 제품을 효율적으로 판매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상업 공간의 오랜 규칙을 깨뜨립니다. 대신, 압도적인 비주얼과 스토리를 통해 브랜드의 세계관을 경험하게 만들죠. 이 기묘한 경험 자체가 그들의 가장 강력한 시적 표현입니다.

  • 자크뮈스(Jacquemus) 👜 – 현실을 비트는 유쾌한 상상력 프랑스 패션 브랜드 자크뮈스는 거대한 핸드백 모양의 자동차가 파리 시내를 달리는 초현실적인 영상을 공개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는 명백한 거짓이지만, 누구도 이를 비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브랜드의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상상력에 열광하죠. 자크뮈스는 사실을 전달하는 대신, 브랜드를 경험할 때 느끼는 즐거움과 환상을 극대화하는 '시적 허용'을 통해 고객들과 유희를 즐깁니다.

규칙을 깨는 것이 주는 강력한 힘

그렇다면, 이들처럼 관습을 깨는 ‘시적 허용’은 브랜드에 어떤 강력한 힘을 부여하는 것일까요?

첫째, ‘거래’의 관계를 넘어선다. 직접적인 판매 화법을 피함으로써, 이들은 스스로를 단순한 '판매자'가 아닌 '문화적 큐레이터'나 '아티스트'의 위치로 격상시킵니다. 고객과의 관계는 "이걸 사세요"라는 거래 관계를 넘어, "우리의 세계를 함께 느껴보세요"라는 지적이고 감성적인 관계로 발전합니다.

둘째, 모방 불가능한 ‘감성(Sensibility)’을 구축한다. 젠틀몬스터의 초현실주의나 이솝의 지성미는, 단순히 제품의 기능이나 가격만으로 경쟁하는 브랜드들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인 '느낌'을 만들어냅니다. 이는 브랜드의 가장 강력한 해자(moat)가 됩니다. '감각은 설계될 수 있다'는 명제를 가장 예술적으로 증명하는 방식이죠.

셋째, 고객의 ‘적극적인 해석’을 유도한다. 명확한 메시지는 수동적인 이해만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시적이고 모호한 메시지는 "이게 무슨 의미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들고, 고객이 스스로 생각하고 해석하며 브랜드의 세계에 더 깊이 관여하도록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고객은 브랜드의 숨은 의미를 발견해내는 '지적인 탐험가'가 되며, 이는 훨씬 더 강렬한 기억과 애착을 형성합니다.

넷째, 궁극의 ‘자신감’을 표현한다. 자신의 제품이나 철학에 대한 깊은 확신이 없는 브랜드는, 그 효능과 장점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이 모든 설명을 생략하고 시적인 표현만으로 소통한다는 것은, "우리의 가치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전달될 것"이라는 엄청난 자신감의 표현이자, 매우 매력적인 ‘태도’입니다.

우리 브랜드의 ‘시’를 쓰기 위한 구조적 조건

물론, 이러한 '시적 허용'이 아무렇게나 이상한 행동을 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는 철저히 계산되고 구조화된 전략 위에서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 1. 흔들리지 않는 ‘핵심 정체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규칙을 깨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자신만의 규칙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브랜드의 시적 허용은 확고한 핵심 철학의 '연장선'이어야지, 철학의 '부재'를 가리기 위한 기행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솝의 지적인 소통이 설득력 있는 이유는, 그들의 제품이 실제로 사려 깊은 연구와 좋은 성분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 2. ‘왜’ 규칙을 깨는지에 대한 전략적 목표가 있어야 한다: 우리의 시적 허용은 어떤 전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인가? (신비감 조성? 지적인 이미지 구축? 특정 커뮤니티와의 유대감 형성?) 그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파격은 단순한 소음으로 그칠 뿐입니다.

  • 3. 모든 고객 접점에서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는 예술적이지만 고객 서비스는 기계적이고, 매장은 초현실적인데 웹사이트는 평범하다면, 브랜드가 만든 시적 세계의 환상은 금방 깨져버립니다. 브랜드의 모든 '구조'가 시적인 '태도'를 뒷받침해야 합니다.

  • 4. 우리의 ‘시’를 이해해 줄 고객을 신뢰해야 한다: 시적 허용은 모든 사람에게 100% 이해받기를 기대하는 소통 방식이 아닙니다. 은유와 함축을 이해하고 감상할 줄 아는, 우리 브랜드의 핵심 고객들을 신뢰하고 그들과 더 깊은 관계를 맺는 데 집중하는 전략입니다.

결국 브랜드의 ‘시적 허용’은 단순한 파격이 아니라, 자신의 철학에 대한 깊은 확신을 가진 브랜드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커뮤니케이션 기술입니다. 규칙을 깨기 위해, 우리는 먼저 누구도 흔들 수 없는 우리만의 규칙을 가져야 합니다. 🌟


우리 브랜드의 ‘소통 방식’에 던지는 질문들

  • 우리 브랜드는 고객에게 항상 모든 것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려고만 하고 있지는 않은가?

  • 고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우리 브랜드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들 ‘여백’이나 ‘은유’가 있는가?

  • 만약 우리 브랜드가 업계의 당연한 소통 규칙을 하나 깬다면, 그것은 무엇일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 우리의 커뮤니케이션은 ‘거래’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관계’와 ‘세계관’ 구축을 위한 것인가?

  • 우리의 ‘시적인’ 시도를 이해하고 사랑해 줄 핵심 고객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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