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동 떡볶이, 의정부 부대찌개, 춘천 닭갈비, 강릉 커피... 우리는 왜 특정 음식을 이야기할 때, 그 동네의 이름을 마치 고유명사처럼 함께 떠올릴까요? 그곳에 가면 왠지 더 특별하고 '진짜'를 맛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합니다. 🤔
프랑스 와인 업계에는 '테루아(Terroir)'라는 아주 중요한 개념이 있습니다. 와인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포도 품종뿐만 아니라, 그 포도가 자라난 토양, 기후, 지형, 그리고 사람들의 기술까지 포함한 모든 '총체적인 환경'이라는 뜻이죠. 같은 품종의 포도라도 어느 지역의 테루아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와인이 탄생합니다.
이 흥미로운 개념이 F&B 브랜드, 특히 한 지역에 깊이 뿌리내린 브랜드의 성공 비밀을 설명하는 완벽한 메타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의 '테루아' – 즉, 그 브랜드가 탄생하고 자라난 지역의 역사, 문화, 커뮤니티가 어떻게 그 누구도 복제할 수 없는 독보적인 맛과 매력을 만들어내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로컬 브랜딩 전략의 힘을 탐구해보겠습니다.
우리 주변의 '테루아' 브랜드들
브랜드의 정체성이 지역과 강하게 결합되어 강력한 시너지를 내는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역의 자부심이 된 브랜드: 대전의 '성심당' 🍞 성심당은 단순히 '빵 맛있는 집'이 아니라 '대전의 자부심' 그 자체입니다. 1956년 대전역 앞 작은 찐빵 가게로 시작하여, 오직 대전 지역에만 매장을 운영하는 그들의 '뚝심'은 대전 시민들에게 단순한 빵집을 넘어선 애정과 소속감을 느끼게 합니다. '튀김소보로'라는 강력한 시그니처 메뉴와 함께, "대전 이외의 곳에는 지점을 내지 않겠다"는 그들의 확고한 철학은, 성심당을 방문하기 위해 일부러 대전을 찾아가게 만드는 강력한 '테루아'를 구축했습니다.
지역명이 곧 품질 보증서: '보성 녹차', '횡성 한우' 🍀 때로는 지역의 이름 자체가 가장 강력한 브랜드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보성'이라는 지명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초록빛 녹차밭을, '횡성'을 들으면 뛰어난 품질의 한우를 떠올립니다. 이는 오랜 시간에 걸쳐 해당 지역의 기후와 토양, 그리고 사람들의 노력이 쌓여 만들어진 '지역 공동의 브랜드 자산'입니다. 이 '테루아'는 소비자에게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강력한 신뢰와 품질 보증의 역할을 합니다.
지역의 특색을 품은 글로벌 브랜드: 스타벅스의 '로컬 메뉴' ☕ 이러한 테루아의 힘은 거대 글로벌 브랜드도 잘 알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전 세계 어디에나 있지만, 제주에서는 '제주 말차 라떼'나 '한라봉 주스'를, 경주에서는 신라시대 유물을 모티프로 한 MD 상품을 판매합니다. 이는 글로벌 브랜드가 각 지역의 '테루아'를 존중하고, 그 특색을 자신들의 고객 경험(CX)에 녹여내려는 노력입니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그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함을 느끼고, 브랜드는 지역 커뮤니티와 더 깊은 유대감을 형성합니다.
‘테루아’는 왜 강력한 브랜딩 전략이 되는가?
이처럼 지역과 강하게 결합된 브랜드가 유독 더 매력적이고 강력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모방 불가능한 '진정성'을 갖기 때문입니다. 경쟁사가 레시피나 인테리어는 따라 할 수 있어도, 대전의 60년 역사나 강릉의 커피 문화를 통째로 복제할 수는 없습니다. 브랜드의 테루아는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강력한 경제적 해자(moat)이자, 브랜드의 모든 활동에 깊이를 더하는 진정성의 원천이 됩니다.
둘째, 풍부한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자원이 됩니다. 브랜드가 뿌리내린 지역의 역사, 문화,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는 마르지 않는 스토리의 샘물입니다. 마케팅 회의실에서 쥐어짠 이야기가 아닌, 그 땅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난 유기적인 스토리는 고객들에게 훨씬 더 큰 공감과 매력을 줍니다.
셋째, 지역 '커뮤니티'가 가장 강력한 아군이 됩니다. 지역에 기반을 둔 브랜드는 단순한 사업체를 넘어 그 지역 '공동체'의 일부가 됩니다. 지역 주민들의 지지와 사랑 속에서 성장하고, 나아가 그 지역의 자부심이 되죠. 이렇게 형성된 강력하고 충성도 높은 고객 기반은 그 어떤 광고보다 효과적인 홍보대사 역할을 합니다.
우리 브랜드만의 ‘테루아’를 가꾸는 법
모든 브랜드가 처음부터 유명한 지역에서 시작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 브랜드든 자신이 서 있는 땅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테루아'를 전략적으로 가꾸어 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의 ‘기원 스토리’를 발견하고 정의하라: 모든 브랜드는 시작점이 있습니다. 우리 브랜드가 탄생한 동네, 첫 사무실, 처음 만났던 고객들의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우리 브랜드의 뿌리를 깊이 탐구하고, 그 속에서 우리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이야기를 발견해야 합니다.
‘지역성’을 브랜드 서사에 적극적으로 녹여내라: 단순히 '서울에 있다'고 말하는 것을 넘어, '힙스터의 성지 성수동에서 영감을 얻는다'거나, '여의도의 빠른 속도에 지친 직장인들을 위한 안식처가 된다'는 식으로, 우리 브랜드가 속한 지역의 구체적인 맥락과 에너지를 **브랜드 서사(Brand Narrative)**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지역 사회와 ‘구조적인 연결’을 만들어라: 지역의 생산자, 예술가, 소상공인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하여 브랜드 활동에 지역성을 더해야 합니다. 지역 농산물로 메뉴를 개발하거나, 지역 아티스트의 작품을 공간에 전시하거나, 동네 행사에 참여하는 등, 브랜드가 지역 커뮤니티의 일부가 되는 실질적인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곳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고객 경험’을 설계하라: 만약 오프라인 공간이 있다면, 그 공간의 디자인과 경험이 지역의 특색을 반영하도록 해야 합니다. 혹은, 특정 지점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시티 시그니처 메뉴'를 개발하여, 고객들이 일부러 그곳을 찾아오게 만드는 '순례지' 경험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가장 강력한 F&B 브랜드는 세상 어디에나 있을 법한 맛이 아니라, 바로 '이곳'이 아니면 안 되는 특별한 맛과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가장 깊은 뿌리는, 바로 그 브랜드가 서 있는 땅 그 자체입니다. 🚀
우리 브랜드의 ‘테루아’를 진단하기
우리 브랜드의 탄생과 성장에 영향을 미친 '지역적 특색'은 무엇인가?
우리는 우리 브랜드가 속한 지역의 이야기를 브랜드 스토리텔링에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는가?
우리는 지역 사회 및 다른 로컬 브랜드와 어떤 긍정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가?
고객들이 굳이 다른 곳이 아닌, '우리 지역'의 '우리 매장'을 찾아와야만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우리 브랜드는 지역 커뮤니티의 자부심이 되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그곳에 위치한 수많은 가게 중 하나일 뿐인가?
당신의 동네와 이야기가 어떻게 독보적인 브랜드 자산이 될 수 있는지, 그 전략과 구조가 궁금하시다면 토스트토스트(Toast-Toast)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세요. 저희는 평범한 일상과 지역성 속에서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특별한 가치를 찾아내고, 그것을 강력한 브랜드로 만드는 일을 돕습니다. https://www.toast-toast.com/에서 저희의 철학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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