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레고(LEGO)는 어떻게 무너졌고, 어떻게 돌아왔나: 키덜트와 미래를 연결한 브랜드 전략

한때 ‘상상력의 상징’이었던 레고는 2003년, 파산 직전까지 몰렸습니다. 전 세계 어린이의 손에 쥐어졌던 컬러풀한 블록은 더 이상 팔리지 않았고, 창의적 놀이의 대명사였던 브랜드는 숫자와 효율, 그리고 확장에 집착하며 정체성을 잃어갔습니다.

당시 레고는 모든 방향으로 사업을 벌리고 있었습니다. 블록뿐 아니라 시계, 가방, 의류, 테마파크까지—장난감을 넘어 ‘종합 엔터테인먼트 브랜드’를 꿈꾸며 뻗어나간 결과는 본질의 희석이었습니다. 창의성을 자극하던 장난감은 오히려 조립이 어렵고, 비싸고, 몰입감 없는 '과업'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이 브랜드는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레고는 다시 세계적인 브랜드로 복귀했고, 이제는 어린이를 넘어 성인 팬덤과 키덜트 시장을 주도하는 브랜드로 확장되었습니다.

무엇이 이 브랜드를 되살렸을까요? 그리고 어떤 점이 아직 미완성일까요? 이 글은 레고의 실패와 회복 과정을 살펴보며, 그들이 무엇을 잘했는지, 그리고 더 강화할 수 있었던 지점은 무엇이었는지 분석합니다.



1. 브랜드가 무너졌던 이유: 본질을 잃은 확장 🧱

90년대 말부터 레고는 무리한 다각화를 시도했습니다. 의류, 시계, TV 콘텐츠, 레고랜드 등 ‘장난감’이라는 본질과 무관한 영역으로 확장했고, 제품군은 지나치게 복잡해졌습니다.

  • 블록의 창의성보다는 정해진 키트 위주의 구성

  • 파트 수 증가로 가격 상승, 조립 피로도 증가

  • 타깃의 중심이 모호해짐 (아이냐, 청소년이냐, 성인이냐)

👉 레고는 “놀이의 자유”라는 핵심 철학을 잃고, 확장이라는 욕망을 좇았습니다.


2. 브랜드가 회복된 구조: 다시 본질로 돌아가기 🔧

2000년대 중반, 레고는 구조를 다시 정비합니다.

  • ‘놀이의 가능성’이라는 핵심 철학 복원

  • 블록 호환성 회복 → 다양한 키트를 자유롭게 섞을 수 있게

  • 스토리텔링 IP 도입 → 스타워즈, 해리포터, 닌자고 등과의 협업

무엇보다 중요한 건, 레고는 ‘아이를 위한 브랜드’가 아니라는 걸 선언한 점입니다.

👉 레고는 키덜트 시장을 브랜드의 제2의 핵심으로 삼았습니다.


3. 잘한 점: 키덜트는 브랜드의 확장성이 아니라 중심이 된다 🎯

레고는 단순히 ‘어른도 가끔 즐길 수 있다’는 포지션을 넘어서, 성인을 주요 타깃으로 재정의합니다.

  • 건축 시리즈, 아트 시리즈, 오토마타 등 수집과 몰입을 위한 고난이도 키트 출시

  • ‘레고 아이디어스’ 같은 UGC 기반 플랫폼 운영 → 창작자와 팬층이 직접 참여하는 구조

  • 넷플릭스 시리즈, 유튜브 콘텐츠 등 디지털 미디어에서 레고 세계관을 확장

이러한 전략은 단순한 판매 확대가 아니라, 브랜드 재정체성의 재설계였습니다.

👉 레고는 ‘놀이의 자유’라는 가치를 연령과 무관하게 재해석했습니다.


4. 아쉬운 점: 미래 먹거리에 대한 전략은 아직 약하다 🌐

레고는 지금까지의 전략으로 브랜드 회복에는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미래 성장 관점에서는 여전히 몇 가지 약점이 보입니다.

  •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 대한 적응은 아직 실험적입니다. AR, 앱 연동형 블록, 인터랙티브 레고 등은 존재하지만 대중화되진 않았습니다.

  • 브랜드 세계관의 확장은 잘 되지만, 생태계 구축은 아직 느슨합니다. (레고 기반 창작물의 수익화, 창작자 생태계 육성 등)

  • 교육 분야에 대한 전략적 투자는 다른 에듀테크 기업 대비 보수적입니다. (STEM, 코딩 교육 등에서의 연계 부족)

👉 레고는 철학으로는 확장됐지만, 구조로는 여전히 장난감 회사 중심에 머물러 있습니다.

대안적 제안: 철학을 구조화하기 위한 다음 단계 🧠

1. 레고만의 창작 생태계 플랫폼화

유튜브나 디스코드가 아닌, 공식 창작 생태계를 플랫폼 레벨로 구축

창작자에게 수익이 돌아가고, 소비자가 직접 구매 가능한 마켓 시스템

‘레고 아이디어스’의 커뮤니티 기능을 넘어서, IP 자체의 시장화까지 고려해야 함

2. 창작자-플레이어-학습자의 경계를 흐리는 구조 설계

단순히 ‘코딩을 배우는 레고 키트’가 아닌, 창작→조작→학습으로 이어지는 연계 흐름 설계

예: 내가 만든 로봇을 친구가 제어하고, 그걸 또 다른 사용자에게 설명하는 구조

3. 놀이 기반 교육 콘텐츠의 브랜드화

레고가 직접 **“브랜드드 커리큘럼”**을 만들고, 이를 학교/공공기관/에듀테크와 연결할 수 있음

디지털+피지컬 하이브리드 구조 설계 → 레고만의 감각적 학습 방식 확보

👉 레고의 철학은 이미 증명되었다면, 이제는 그것을 구조로 번역해야 할 때입니다.


정리하며: 브랜드 철학과 미래 전략의 균형 ⚖️

레고는 무너졌다가 살아난 브랜드입니다. 그 회복은 철학적 귀환이었고, 타깃의 재정의였습니다. 특히 키덜트를 '확장'이 아니라 '본질'로 끌어들인 전략은 뛰어났습니다.

하지만 지금 레고가 필요한 건, “철학이 기술과 구조로 어떻게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더 명확한 미래 시나리오입니다.

브랜딩은 메시지가 아니라 구조입니다. 레고는 철학을 성공적으로 복원했지만, 그 철학이 미래를 설계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을 때, 진짜 완성에 가까워질 것입니다.

브랜드 전략에 대해 더 깊은 인사이트가 필요하신가요? 토스트토스트는 브랜드의 철학, 구조, 실행까지 설계합니다.

simon@toast-toast.com 으로 문의 주세요. https://www.toast-toast.com/ 에서 우리의 결과들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기존 고객’이라는 달콤한 함정: 브랜드가 ‘신규 고객 확보’에 끊임없이 도전해야 하는 이유 (브랜드 성장 전략) ⛵

  "신규 고객을 획득하는 비용은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비용의 5배가 든다." 마케팅 업계에서 오랫동안 진리처럼 여겨져 온 말입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충성도 높은 기존 고객은 브랜드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며, 안정적인 매출의 기반이 되죠. 이 때문에 많은 브랜드들이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게 되면, 새로운 영토를 개척하는 험난한 항해보다는, 이미 확보한 안전한 항구에 머무르며 기존 고객을 관리하는 데 집중하려는 유혹에 빠지곤 합니다. 하지만, 이 달콤함은 때로 브랜드의 성장을 멈추게 하고, 서서히 쇠퇴하게 만드는 '함정'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왜 성공적인 브랜드일수록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낯선 바다로 나아가 '신규 고객 확보'라는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지, 그 본질적인 이유와 브랜드 성장 전략 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성공한 브랜드가 빠지기 쉬운 '그들만의 리그' 안정적인 팬덤과 매출 구조를 갖춘 브랜드에서 종종 나타나는 현상이 있습니다. 브랜드가 자신들의 '오래된 팬'들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는 것이죠. 그들의 불만은 빠르게 해결해주고, 그들의 취향에 맞는 제품만을 계속해서 내놓습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브랜드는 점점 더 좁고 깊은 '그들만의 리그'에 갇히게 됩니다. 외부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새로운 세대는 무엇에 열광하는지 감지하는 능력이 무뎌집니다. 피드백 루프는 그들만의 '에코 체임버(Echo Chamber)'가 되어, 새로운 아이디어나 비판적인 목소리가 들어올 틈이 사라집니다. 브랜드는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것만 반복하며, 서서히 '고인 물'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마치 관절이 굳어버린 노인처럼, 세상의 빠른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브랜드 관절염'에 걸리게 되는 셈이죠. 신규 고객은 ‘매출’이 아니라 ‘신선한 피’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안정적인 기반을 가진 브랜드조...

‘팝업스토어’는 정말 ‘반짝’하고 사라져도 괜찮을까?: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는 공간 브랜딩 전략 📍

 성수동의 어느 골목, 백화점의 가장 좋은 자리, 한강공원 한가운데까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힙'하다는 공간은 온통 '팝업스토어'의 물결로 가득합니다. 브랜드들은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간 임시 공간을 빌려 화려한 잔치를 벌이죠. 긴 대기 줄, SNS를 위한 '인증샷' 명소, 한정판 굿즈... 그리고 약속된 시간이 끝나면, 그 공간은 언제 그랬냐는 듯 텅 비어버립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이렇게 '반짝'하고 사라지는 경험들이, 과연 우리 브랜드에 무엇을 남기고 있을까요? 단기적인 매출과 소셜 미디어 버즈, 그것만으로 충분할까요? 🤔 이 글은, 수많은 브랜드들이 경쟁적으로 열고 있는 팝업스토어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분석하고, 그것이 어떻게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장기적인 브랜드 자산(Brand Equity)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공간 브랜딩 의 구조적 전략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단순 판매 공간 vs. 브랜드 경험의 박물관 우리가 마주하는 팝업스토어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플래시 세일 매장' 혹은 '대형 포토 부스' 유형입니다. 이곳의 주된 목적은 한정판 제품의 단기 판매를 극대화하거나, SNS에 올릴 만한 그럴싸한 배경을 제공하여 '방문 인증'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활동은 단기적인 매출 증대나 인지도 상승에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브랜드의 핵심 철학이나 깊이 있는 이야기가 부재한 경우가 많아, 행사가 끝나면 고객의 기억 속에서 금방 휘발되어 버립니다. 바로 옆에 더 화려한 팝업스토어가 생기면, 고객은 쉽게 그곳으로 발길을 옮기죠. 반면, 어떤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는 단순한 공간을 넘어 하나의 '사건'이자 '경험'이 됩니다.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 : 이들의 팝업스토어(그리고 모든 매장)는 제품을...

라이언 레이놀즈는 어떻게 ‘브랜드’가 되었나?: ‘캐릭터 중심 브랜딩’을 통한 팬덤 구축 전략 🕺

전통적인 광고의 세계에서, 유명인은 그저 브랜드의 '얼굴'이었습니다. 정해진 대본에 따라 제품의 장점을 이야기하고, 멋진 모습으로 이미지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이었죠. 하지만 시대가 변했습니다. 오늘날 어떤 인물들은 단순히 브랜드를 홍보하는 것을 넘어, 그 자신이 곧 브랜드가 되고, 그의 '캐릭터'가 비즈니스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엔진이 되기도 합니다. 그 정점에 있는 인물이 바로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Ryan Reynolds)입니다. 그는 자신이 인수한 주류 회사 '에비에이션 진(Aviation Gin)'과 통신사 '민트 모바일(Mint Mobile)'을 연이어 거대 기업에 매각하며 엄청난 성공을 거뒀습니다. 이 성공의 비결은 제품의 맛이나 가격 경쟁력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라이언 레이놀즈 특유의 위트 있고, 똑똑하며, 스스로를 유머의 소재로 삼는 '캐릭터' 그 자체였죠. 이 글은 라이언 레이놀즈와 같은 사례를 통해, 한 인물의 페르소나가 어떻게 강력한 브랜딩 전략 이 되고, 대체 불가능한 팬덤 을 구축하는지에 대한 원리를 탐구하고자 합니다. '캐릭터'가 곧 '브랜드'가 되는 순간들 이러한 '캐릭터 중심 브랜딩'의 성공 사례는 여러 곳에서 발견됩니다. 라이언 레이놀즈 – 유머러스한 사업가(The Witty Entrepreneur): 그는 자신의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진지한 광고를 만들지 않습니다. 대신, 경쟁사 광고를 패러디하거나, 자신의 아내나 동료 배우인 휴 잭맨과의 '유머러스한 불화'를 끊임없이 콘텐츠로 만들죠. 그의 광고는 제품 설명서가 아니라, 라이언 레이놀즈라는 캐릭터가 주인공인 한 편의 시트콤과 같습니다. 소비자들은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는 대신, 그의 유머에 즐거워하고, 그가 만든 '이야기'의 일부가 되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엽니다. 그의 퍼스널 브랜딩 이 곧 기업의 브랜딩이 된 것입니다. 리한나...